이재명 대통령 일본 방문 때 셔틀외교 출범
국교 정성화로부터 60년
'미래지향적' 고교생들이 말하는 한일관계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 새 정부의 셔틀외교가
시작됐다.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이 지나면서 미래를 책임질
고교생들에게 양국 관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일본과 미래지향적 협력의 길 모색한다"
‘실용외교’ 지향하는 이재명 대통령
8월 15일 한국에서는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인 올해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대해 역사를 직시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일본을
경제발전에 있어 뗄 수 없는 동반자로 규정하고 일본과 미래지향적 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취임한 이후 이 대통령은 이 '미래지향'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사용하며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원칙으로 삼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앞으로의 미래를 담당하는 한일의 젊은이들은 양국의 관계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 도쿄에서 진행된 한일 청소년 교류 캠프(7월 29일~8월 4일, 주최: 사단법인 한일협회, 일반사단법인
국제인류진흥협회)를 취재했다.
"'귀멸의 칼날' 개봉 기다릴
수 없어" 애니메이션이 계기인 한국인.
일본인은 케이팝이 입구역할 "블랙핑크에게 충격받았다"
이 교류 캠프는 토론과 문화 체험, 반별 도쿄 관광 등을 통해 서로의 나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목적으로 한국에서 21명, 일본에서 10명의 고등학생이 참가했다.
각자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있는 참가자가 대부분으로, 처음에는 “실제로 대화를 할 기회는 적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라고 조금 딱딱한
표정을 보이다가, 게임 등을 하는 사이에 금세 사이가 좋아졌다.
양국 학생들에게 각각의 나라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한국 고교생들은 '애니메이션'이라는 대답이 많고, 이서현(고3)씨는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좋아해 일본에서도 기록적인 히트를 치고 있는 신작 영화의 한국 개봉을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또, JPOP도 인기로,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를 부르는 Official 수염남 dism이나 요네즈
켄시, 일본의 젊은이에게도 인기가 있는 Mrs. GREEN APPLE
같은 아티스트의 이름이 올랐다. 그 밖에도, 의료
드라마를 시작으로 한 ‘연애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 일본의
드라마나, 축제를 좋아하는 학생도 있었다.
반면 일본 고등학생은 KPOP을 통해 한국을 좋아하게 된 학생이 많았다. 나카하타 사키씨(고1)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케이팝에 흥미를 가졌고, 게다가 블랙핑크의 라이브에 간 것이 ‘깊숙히 빠져들었다’. 좋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일본에서 저런 느낌의 여성 아이돌은
없다. 너무 멋있어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매력을 드러냈다. 한국에 갔을 때는, 팬이 ‘추천’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역 등에 게시하는 ‘생일광고’를 보러 가는 등, 한국만의 문화도 즐기고 있다고 한다.
한일 양국 여론조사 호감도 상승.
교류 많은 'Z세대'가 견인
한국의 싱크탱크 동아시아연구원이 올해 6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2013년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 대한 인상이 ‘좋다’고 답한 비율(63.3%)이 ‘나쁘다’고 답한 비율(30.6%)을 앞질렀다. 좋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2020년에는 12.3%였기 때문에, 5년간 약5배로 급상승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Z세대’라고 불리는 18~29세의 젊은 층에서는 74%의 사람이 일본에 대한 인상이 ‘좋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싱크탱크는
한국의 젊은 세대가 자주 일본을 방문해 일본의 문화와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이 일본에 대한 호의적 감정 상승 추세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내각부가 지난해 실시한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사람의 비율은 지난번보다 5%포인트 늘어난 56.3%로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람의 비율(43.0%)을 웃돌았다. 18~29세에서는 국내 조사와 마찬가지로 70%를 넘었다.
"과거는 과거, 지금은 지금"
‘미래지향’의 사고방식 침투
상대방 나라 문화에 강한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지만, 한일의 역사·과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 고하영 씨(고3)는
학교에서 한일 역사에 대해 배울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일본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침략했더라도 이웃나라니까 좀 더 친하게 지낼 걸 하고 조금 화를
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인을 대하는 과정에서 나쁜 인상을 받을 일은 없다.”
윤재민 군(6월 해외 고교 졸업)은 “저거(일본 통치)에 대해 (한국) 중학교 수업에서 배웠다. 별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역사는 역사이고 지난 것. 그래서
미래를 향해 가는 게 지금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일본인,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한국에 거주하는 김리애(고1)씨는 일본이 한반도를 통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머니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느꼈는지 묻자 “그렇구나라고. 기쁘지도 않고 싫지도 않고. ‘그렇구나’라는 느낌이었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일본인 나카하타
사키씨는 “학교 수업에서 이토 히로부미 암살사건 등에 대해 배웠다”고
말하면서, “그런 과거가 있었구나 생각하지만, 실제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머리 한구석에 두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을
좋아하는 느낌. 문화적으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이야기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과거의 사건, 역사를 알면서도 과거는 과거, 지금은 지금이라고
생각하며 미래에 무게를 두는 미래지향적 사고가 팽배해 있는 현실을 엿볼 수 있었다.
"젊은이들은 서로의 문화를 좋아하지만
정치인들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싸우면서의 해결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고등학생들이
생각하는 향후 한일관계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이후 한일 미래지향적
발전을 지향하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하고 있다. 단지 과거에는, 후쿠시마
제일 원자력 발전소의 처리수 방출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거나, 일본을 ‘적성
국가’라고 표현하거나 하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자세를 바꾼 배경에는 일본에 호의적인 젊은이들의 증가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여론 형성에 강한 영향을 주는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지만, 날마다 SNS나
콘텐츠, 여행을 통해 서로의 나라와 가깝게 접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일
관계의 지금과 향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물어 보았다.
윤재민씨는 향후
한일관계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네거티브한 인상이어서 불안정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금은 한일 젊은이들은 양쪽 문화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정치가는 그러한 기분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염려를 나타냈다.
나카하타 사키 씨는 “정치적으로는 좀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문화적 교류에 지장은 생기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했다.
“역시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문제가 여러가지 있어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까지는 모른다.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한 것은, 어머니가 한국인, 아버지가 일본인으로 일본
거주의 이예지씨(고1). “그렇기 때문에 한국 대학에 가서
거기서 배우고 일본으로 돌아가 교류를 더 하고 싶다. 한일 교류를 소중히 하고 사회에 살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고하영 씨는
“역사적인 문제는 과제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싸우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더 좋은 방법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리애씨는 한일의
한층 더한 관계 개선에 기대를 걸었다. “클래스의 약 반수가 일본의 문화에 관심이 있다. 한국도 일본의 영향을 받고 있고, 다른 나라보다 제일 친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
학생들 상당수는
현재와 향후 한일관계에 대해 역사 문제와 자신들이 벌이고 있는 교류를 명확히 구분해 생각하는 듯했다. 그들/그녀들은, 지금부터 사회에 나와, 각각
한일의 사회를 담당해 간다. 이러한 시민들에 의한 문화 교류와 풀뿌리 대화는 앞으로도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